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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후기

가을 걷기좋은 서울데이트, 후암동에서 해방촌 신흥시장 골목까지

이제 더위도 끝나고, 곧 추위가 올 거 같은 전운이 감도는 계절
밖에 있으면 마냥 좋은 가을의 중간에서 걷기 좋은 서울데이트 코스 하나 추천합니다.
좀 미친 거 같지만, 숙대입구역부터 후암동 골목골목 지나 신흥시장, 해방촌, 이태원까지 그날 정말 많이 걸었습니다.

원래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걷는 내내 도시가 너무 예뻐서, 가을이라, 지금 아니면 계절을 하나 더 지나 5개월 후에나 다시 걸을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냥 한없이 걸었죠
아~주 어릴 적 살던 동네 골목의 분위기를 후암동 골목골목에서 느꼈고, 아직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의 허름하고 곧 철거될 거 같은 분위기의 해방촌 신흥시장도 만났죠
너무 예쁘기도 했고, 걷다가 우연히 만난 동네 맛집과 카페에 흥분하기도 하고, 작은 길거리 음식에 감사하기도 했죠
정말 가을이라 더 즐겁게 걸을 수 있었던 서울 데이트 코스, 후암동에서 해방촌 신흥시장 골목까지입니다.

숙대입구에서 내려 후암동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도 만났고, 길거리에서 만난 야쿠르트 아줌마한테 BTS 정국이와 함께 하는 콜드브루(Cold Brew)도 사서 마시며 걸었죠
두 사람이 겨우 손잡고 걸을 만큼의 작은 골목도 만났답니다.
아직도 서울에 이런 골목이 있을 줄은...

공사하는 어느 언덕배기를 보고 무조건 올라갔는데, 이렇게 서울 후암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네요

하늘이 다했네, 다했어!
이런 가을 하늘,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만나겠어요?!!!
지금입니다! 지금!


사람이 살지 않는 거 같은 어느 단독주택의 대문, 그 위로 핸드폰 카메라만 올리니 이런 멋진 작품 사진도 나오네요
경남 통영 동피랑마을 어느 골목을 거닐 던 그 느낌 나더라고요
물론 동피랑마을에서는 저런 큰 건물이 보이지는 않지만...

한없이 걷고 걷다보니 신흥시장 입구에서 주문센터를 만났고, 그 위로 올라가니 남산 소월길
10여년 전 충정로에 있는 회사 다닐 때 남산 소월길로 운전하고 다녔는데, 그 때는 한번도 내려본 적 없는 남산 소월길 그 길에 내가 서 있더라고요



바로 아래 내려다 보이는 후암동 일대와 멋진 카페
우연히 만난 해방촌 루프탑카페 오리올 정엽카페까지

☞ 오리올 정엽카페 후기 보기 ☜

너무 환상적인 코스!
사실 여기서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일단 쉬자고 오리올 정엽카페 들렀는데, 여기서 완전 힘 얻고 다시 강행군^^

일단 신흥시장 큰 길 쪽으로 돌아봤습니다.
아! 새마을 수퍼, 간판부터 느낌 퐉 오죠?
칠성사이다, 오리온, 빙그레...

신흥시장 안에 들어가니, 고향의 맛 다시다와 맛나를 만날 수 있는 허름한 구멍가게들도 만날 수 있죠

저 7살때까지 우리 집은 수원에서 아주 작은 동네 구멍가게를 운영했어요
그 나이에 생각해도 작은 가게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더 작겠어요

잠시 추억팔이에 빠져서...

위 사진에 있는 일성상회보다 3배는 커 보이는 동성 연쇄점
지금은 노가리와 생맥주를 파는 가맥집으로 운영 되는 듯

참고로 가맥집은 가게맥주를 파는 가게인데, 전북 전주에서 아주 활성화 되어 있답니다.
전주가맥이라고 불리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가게라고 보시면 되는데, 이곳 해방촌 신흥시장에서도 이런 가맥집을 만날 수 있더라고요

신흥시장 안으로 들어서는 골목, 골목골목 야채와 과일을 파는 가게들이 있고, 이렇게 좁은 골목과 낡은 간판이 인상적입니다.
먼지에 쌓여 글자도 잘 안보이는 간판과, LPG 가스통까지!

신흥시장은 백종원의 골목시장으로 뜬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신흥시장편을 보지 못해서 어디어디가 떴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TV 안보고 그냥 제 느낌을 즐기는 거니 이해 부탁요^^

아주 오래된 거 같은, 흑백사진만 찍을 거 같은 사진관이 있고요
그 옆에 전자 오락실이 있습니다.
공간이 작을수록 사이는 더 가까워지는 마법의 시간, 전자오락실
지금 보니 해방촌 신흥시장 콤콤오락실 정식 간판도 있네요

약 10여개의 고전 게임들이 있어요
학교 앞 오락실에서 50원 넣고 하던 보글보글, 테트리스 같은 게임들이 즐비하네요
이런 고전 아케이드 게임 너무 좋아요ㅋㅋㅋ
과도한 오락은 지능계발에 좋습니다. 저도 한판ㅎㅎㅎ

마눌님이 인형 하나 뽑아보겠다고 덤빕니다.
한판에 500원, 아주 작은 인형 뽑는건데...
인형 뽑기 성공한 걸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신흥시장 오락실에 기부한 걸로 생각ㅎㅎㅎ

신흥시장 분위기는 그냥 철거하기 직전 도시 같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신흥 문화가 묘하게 공존하며 더해지고 있죠
망리단길과 열정도가 그런 것처럼 해방촌 신흥시장 역시 망해가거나 사라져가는 도심에서 젊음과 도전이 만나는 새로운 재생공간이 되는 걸까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먼저인지, 새로운 재생공간을 위한 도전이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뭔가 강하게 꿈틀대는 신흥시장의 분위기를 느꼈어요

해방촌 신흥시장 골목에서 만난 오리올 그린(oriole green) 카페
좀 전에 해방촌 루프탑카페 오리올 정엽카페 다녀왔는데, 같은 오리올이니 여기도 정엽카페인가요???
그날도 오리올(Oriole)이 Nothing berrer로 유명한 가수 정엽이 운영하는 카페라는 거 다녀오고 집에 와서 알았는데, 지금 사진 다시 보고 한번 더 소름 돋는 건 왜일까요?ㅋ

왠지 오리올 그린(oriole green) 카페, 이 카페도 정엽이 운영하는 카페가 맞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ㅋ
몰라봐서 미안합니다!

다행인건 이 오리올 그린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해방촌 신흥시장 분위기를 물씬 느껴봤다는 것!

천장이 뻥 뚤린 꼭대기 4층에 올라가서 해방촌 신흥시장을 한 눈에 내려다보기도 했죠

무너뜨려 구멍낸 벽돌 벽을 유리로 메우고, 이렇게 신흥시장 골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오리올 그린(oriole green) 카페
너무 근사하더라고요

신흥시장을 나와 해방촌 도심쪽으로 걷는데, 일부러 주택가로 걸어봤습니다.
둘이 대화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너무 조용한 주택가
거주하시는 분들께 방해되지 않도록 소근소근대며 주택가를 걷는데, 주택과 주택 사이로 보이는 남산타워가 아주 인상적이더라고요
지방에서는 일부러 날잡아서 서울 관광와서 남산타워 가는데, 여기 사시는 분들은 그냥 걸어서 자주 다니시겠어요ㅋㅋㅋ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지만 실상은 여기 사시는 분들도 남산타워는 잘 안가실 듯

옛날 인천에 사는 친구들이 했던 말이 기억나네요
'난 월미도 구경오는 사람 이해가 안가!ㅋㅋㅋ'

남산타워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가까히 남산을 두고 있는 해방촌 주민들이 부러워서요^^

후암동과 신흥시장을 지나 해방촌 큰 도로 쪽으로 나와 걷다보니 1945 용산 해방촌 입구가 나오네요
여기를 지나면 바로 경리단길과 이태원을 만날 수 있답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북쪽에서 월남한 사람들과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정착하며 살게 되었다는 용산 해방촌
아직도 역사의 아픔을 고이 갖는 용산 해방촌



더 추워지기 전에, 겨울 오기 전에 저처럼 후암동에서 신흥시장과 해방촌 한번 쭉 걷는 서울데이트 코스 어떠세요?
도시가 갖고 있는 의미도 공감하고, 예쁜 데이트도 할 수 있어 너무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