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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동사니

올챙이 키우기


아빠 : 소민아, 어린이날 선물로 뭘 갖고 싶니?
소민 : 올챙이요~ 올챙이 키우고 싶어요~
아빠 : 어 그래 -,.- 내일 이마트 가서 사줄께~

다음날 이마트를 같이 갔지만, 예상대로 이마트에서는 절대 올챙이를 팔지 않았다...

그렇게, 어린이날 선물을 퉁 치고 넘어갔는데, 다음날 학교 등교길에 만난 친구 엄마한테
그걸 다 고자질 했단다.

아빠가 올챙이 사주기로 했는데, 안 사줬다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 얘기를 들은 친구 어머니께서 그날 오후에 반석산에서
올챙이 8마리를 잡아다 주셨다. (아빠로써 깊이 반성!)

생각지도 못하게, 그날부터 한달간 올챙이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1. 올챙이 집 마련

   어항 사기는 좀 그래서 동네 다이소 가서 거금 2천원을 주고 예쁜 대접을 사왔다.
   크진 않지만, 나름 여덟마리 한 가족이 살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2. 물갈아주기

   이틀마다 수돗물 또는 정수기 물을 밤에 받아두고, 다음날 물 갈아주기
   뭔 똥을 그리 많이 싸는지.. 돌아서면 싸고, 돌아서면 싸고...
   이틀에 한번씩 갈아주다 하루라도 그냥 넘어가면, 올챙이 집(어항)이 똥 천지가 된다!

  
3. 밥주기

   인터넷 찾아보니 올챙이는 잡식성이라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단다.
   처음 3~4일은 바나나·밥풀 등을 주다가 그래도 최고의 식단으로 대우하고자
   거금 4천원 들여 붕어밥으로 식단을 업그레이드 했다.

  
4. 관찰

   예전에 붕어·달팽이를 정성을 들여 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운명을 달리 했다.
   그런데, 이 올챙이라는 놈은 생존 본능이 강한가 보다.
   지들끼리 각별해 보이기도 하고, 열외 1마리 없이 모두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면...
   어쨌든 2~3주 지나니까 뒷다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3주 말 ~ 4주차 되니 성장이
   빠른 놈은 꼬리가 줄고 앞다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별하기 전 마지막으로 물을 갈아주고...]


5. 이별
  
   인터넷을 찾아보니, 앞 다리가 나오면 항상 물 속에만 있을 수는 없다고 한다.
   진짜 어항을 사서 돌도 놓고, 정원도 만들어주면 되겠지만,
   개구리를 집에서 그렇게 키우기는 좀 그렇지 않나?
   어쨌든 소민이를 어르고, 달래서 이젠 올챙이와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고 세뇌를 시켰다.
   대신, 아파트 정원에 넓은 연못이 있으니 거기에 놓아주자고 제안을 했다.
   나중에 올챙이가 개구리 되면, 또 만날 수 있게...

[덩어리는 최후의 만찬! 붕어밥!  앞다리 나온 놈 보이죠?
물 갈아준지 30분도 안 되서 똥을 저만큼 쌌다.  대단한 놈들! ]


그렇게, 맘의 준비를 마치고, 지난 일요일 아파트 연못에 모두 풀어줬다.

우리가 이틀에 한번씩 갈아주던 물보다는 지저분해 보였지만, 넓은 곳에서 맘껏 헤엄치며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올챙이가 진짜 개구리가 되어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험한 연못에서 꼭 살아 남아
올 여름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힘차게 개구리 울음 소리를 들려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넓디 넓은 연못에서 굳세게 살아라~ 안녕! 올챙아~]


※ 근데 진짜 심각하게 묻고 싶은게 있다.
   너희들 정체가 뭐냐? 개구리냐? 두꺼비냐?